디카페인 커피도 결코 완전한 무카페인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디카페인 커피를 “카페인이 전혀 없는 안전한 커피”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디카페인은 어디까지나 카페인을 상당량 제거한 커피일 뿐, 완전한 무카페인 커피는 아니다. 특히 카페인에 민감해 조금만 섭취해도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손이 떨리고, 불안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에게는 이 미세한 잔여 카페인마저도 불편함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카페인은 간에서 CYP1A2 효소를 통해 분해되는데, 유전적으로 이 효소의 활성이 느린 사람들은 카페인이 체내에 오래 머무르면서 그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난다. 또한 공황장애나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극소량의 카페인도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디카페인이라도 원두의 품종과 카페인 제거 공정 방식에 따라 잔여 카페인 함량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늘은 그 차이를 과학적 데이터와 실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분석해 카페인 민감자가 어떤 디카페인 커피를 선택해야 가장 안전할지 알려주겠다.
디카페인 공정 방식에 따른 잔여 카페인 함량의 차이
디카페인 커피에서 카페인 함량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어떤 방식으로 카페인을 제거했느냐이다. 현재 상업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디카페인 공정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Swiss Water Process) 는 물과 온도, 삼투압 원리를 이용해 카페인을 빼내는 방식으로, 화학 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가장 자연친화적이다. 이 방법은 평균적으로 원두의 카페인을 99.9% 제거할 수 있어 잔여 카페인이 극히 적다.
둘째, 이산화탄소(CO₂) 초임계 추출법은 고압 상태에서 액체 CO₂를 이용해 카페인을 분리한다. 향미 손실이 적다.
원두 품종(아라비카 vs 로부스타)에 따라 달라지는 잔여 카페인
카페인 민감자가 놓치기 쉬운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바로 원두 품종이다. 커피 원두는 크게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로 나뉜다. 아라비카는 본래 카페인 함량이 생두 기준 1.2% 정도로 낮지만, 로부스타는 2.2%로 거의 두 배에 달한다. 동일한 디카페인 공정을 거쳐도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남는 카페인 양이 크게 차이난다. 실제로 유럽 커피연구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라비카 100% 스위스 워터 디카페인”은 컵당 평균 2.4mg의 카페인이 있었고, “로부스타 30% 혼합 CO₂ 디카페인”은 컵당 평균 6.8mg이 검출되었다. 따라서 카페인에 민감하다면 반드시 제품 라벨에서 품종(Arabica 100%)과 공정(Swiss Water Process)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시중 디카페인 원두 브랜드별 실측 데이터와 선택 팁
실제로 카페 전문 브랜드나 대형마트에서 파는 디카페인 원두를 살펴보면, 그 함량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스타벅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스타벅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톨(354ml) 한 잔에는 평균 15mg 정도의 카페인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는 일반 커피(약 95mg)보다는 훨씬 적지만, 하루에 두세 잔 마시면 민감자에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양이 된다.
반면 일부 스페셜티 로스터들은 스위스 워터로 가공한 싱글 오리진 아라비카 디카페인을 판매하는데, 이 경우 잔당 2~4mg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다. 또한 이탈리아의 일리(illy)에서 판매하는 디카페인 에스프레소 원두는 CO₂ 방식으로 처리되어 잔당 약 5mg 정도로 분석된 바 있다.
따라서 카페인에 매우 예민하다면 로스터나 판매처에 공정 방식과 품종, 잔여 카페인 분석 결과를 반드시 문의하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일부 고급 로스터들이 자사 홈페이지에 직접 분석한 잔여 카페인 검출 수치를 PDF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자료를 참고하면 훨씬 안전하다. 또 집에서 내려 마실 경우에는 물 양을 넉넉히 하고 원두 양을 조금 줄여서 연하게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카페인 민감자를 위한 현실적인 선택 가이드
결국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이 거의 없는 커피’이지 ‘완전히 없는 커피’는 아니다. 따라서 극도로 민감하거나 불안, 불면, 부정맥 같은 증상이 자주 나타나는 사람은 디카페인도 하루 1~2잔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오후 3시 이후에는 무카페인 허브티나 곡물차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커피 맛이 그리워서 아예 못 끊겠다면, 스위스 워터 공정을 거친 아라비카 100% 싱글 오리진 디카페인을 선택하고, 몸의 반응을 일주일 정도 꼼꼼히 기록해보자. 이런 작은 노력만으로도 예기치 않은 두근거림과 불안에서 훨씬 자유로워질 수 있다. 결국 카페인 민감자는 “정보가 곧 약”이다. 원두 라벨과 공정표기를 제대로 읽고, 전문가의 조언까지 더하면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당신만의 디카페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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