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만 없으면 속이 편할 줄 알았는데...”
카페인에 민감하거나 수면장애, 위염을 경험한 분들은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서 이제 무카페인(디카페인) 커피만 마셔요.”
그러나 의외로 이런 분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다시 카페로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바리스타님, 이상해요.
무카페인 커피만 마시는데도 왜 이렇게 속이 쓰리죠?”
많은 사람들이 카페인이 위를 자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카페인만 제거하면 속이 편할 줄 알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오히려 어떤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 커피보다 위에 더 자극을 주기도 합니다.
이 아이러니한 이유의 중심에는 커피의 산도(pH) 가 있습니다.
산도(pH)와 위장 — 커피가 속을 쓰리게 하는 주범은 사실 카페인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커피를 마시면 속이 불편해지는 이유를 무조건 카페인 탓으로 돌립니다.
그러나 실제로 위벽을 자극해 속쓰림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은 카페인보다 ‘커피의 산도’ 입니다.
커피는 본래 약 pH 4.5~6.0 정도의 산성 음료입니다.
(참고로 중성은 pH 7.0)
이 산성도는 커피가 가진 고유의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유기산(클로로겐산, 구연산, 사과산 등) 때문인데,
이들이 위산과 만나면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위염,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GERD) 등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민감한 문제가 됩니다.
문제는 디카페인 공정에서 더 두드러집니다.
디카페인을 만드는 과정은 크게
- 유기용매(메틸렌클로라이드) 추출법
- CO₂ 초임계 추출법
- 스위스워터 공법
등으로 나뉘는데, 이때 원두의 유기산 조성이 달라지고 산도가 오히려 더 높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카페인은 빠졌지만 산은 그대로이거나, 심지어 더 농축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카페인 없으니 속 편하겠지” 하고 마셨다가 오히려 더 쓰린 느낌을 받기도 하는 것입니다.
무카페인(디카페인) 커피의 산도 — pH 수치가 말해주는 진실
실제 미국 식품화학 저널에 실린 연구(2020)에 따르면,
동일 품종의 원두를
- 일반 커피로 추출했을 때 vs
- 디카페인 공정을 거쳐 추출했을 때
pH 수치가 평균 0.3~0.5 정도 더 낮아지는(즉 더 산성화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왜일까요?
디카페인 공정을 거치는 동안 커피의 물에 녹는 성분 중 카페인과 일부 향미성분은 빠져나가고,
상대적으로 산성 유기산은 남거나 농축되기 때문입니다.
또 커피의 로스팅 강도에 따라 산도는 달라집니다.
- 연한 로스팅(라이트 로스트) 은 산이 살아있어 pH가 더 낮고(더 산성)
- 강배전(다크 로스트) 은 산이 어느 정도 분해되어 pH가 약간 올라갑니다.
결국 대부분의 디카페인 원두는 라이트~미디엄 로스팅을 사용하기 때문에
산이 강하게 남아 있어 속이 더 불편할 수 있는 것이죠.
바리스타로서 손님들에게 꼭 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카페인을 줄이기 위해 디카페인을 마시되,
위가 민감하시면 다크로스트 디카페인을 찾거나
콜드브루 방식으로 드세요.”
콜드브루(저온침출)는 산 성분 추출이 덜 되기 때문에
산도가 일반 커피보다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위에 민감하신 분이라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죠.
커피 라벨과 로스팅, 추출 방법까지 꼼꼼히 보세요
결국 중요한 건 카페인이 아니라 pH(산도) 입니다.
무카페인 커피라고 해도 산도가 높은 원두라면
위에는 충분히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카페인이 어느 정도 들어있는 일반 다크로스트 커피가
산은 낮아 속을 덜 자극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라벨에서 ‘무카페인’만 보고 안심하기보다,
- 로스팅 강도(라이트 vs 다크)
- 추출 방식(핫브루 vs 콜드브루)
- 심지어 물의 경도까지
신경 쓰면 훨씬 속 편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꿀팁을 드리자면,
위장에 민감하신 분들은 식후에 커피를 드세요.
빈속에 마시면 위산 분비가 급격히 일어나 속쓰림이 더 심해질 수 있으니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속쓰림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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